내가 사는 풍경

3.1운동 기념 건강 걷기 대회 in 진주

편인文山 2025. 3. 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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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진주에서 차가운 바람 속을 걸으며

진주의 3월 첫날, 겨울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는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기 대회에 참가했다.

서경방송에서 주최한 3.1운동 기념 건강 걷기 대회.

역사의 숨결이 서린 이 길을 걸으며, 한 세기 전 이 땅을 울렸던 함성과 발걸음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라고 하였다.

 

사전에 신청을 마쳤고, 당일 아침 9시부터 현장 접수가 시작되었다.

기분 좋게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입춘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봄이 가까워졌다고 방심한 탓에,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옷 사이로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옷을 한 겹 더 껴입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미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9시 5분 전쯤 도착했지만, 예상보다 길게 늘어선 접수 줄을 보며 가볍게 한숨이 나왔다.

인터넷 사전 신청을 할 때 분명히 10시부터 걷기 시작한다고 되어 있어 서둘러 나섰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실제 출발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찬바람에 몸은 점점 얼어갔다.

 

기다리는 동안 행사 리허설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얼어 죽는 줄 알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참가자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기다림이 많은 행사였다.

따뜻한 차 한 잔이 간절했던 그 순간, '내년에 또 참가할까?'라는 질문에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저어졌다.

 

 

그래도 이번 대회는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3.1운동 제106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마침 올해는 진주고등학교 개교 100주년과도 맞물려, 역사를 기리는 분위기가 더욱 짙게 배어 있었다.

칠암동 야외무대를 출발해 남강변을 따라 걷는 약 3.6km의 코스는,

마치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고 한다.

찬 바람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모여 같은 길을 걸었다.

 

다만, 걷기 대회의 목적이 역사적 의미보다는 경품 추첨에 맞춰져 있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반환점에 도착하니 경품권을 넣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참가자 대부분이 걷기보다는 추첨의 기대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의미 있는 행사라기보다는, "추첨 응모를 위해 걸어야 하는 이벤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갔다.

역사적인 의미와 건강한 걷기 문화가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걸까?

아니면,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결국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했던 걸까?

행사 기획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어쩌면 나 역시 처음부터 걷기의 의미보다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년에도 참가할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확실하다.
내년에는 반드시 이 걷기 대회의 광고를 보고도 태연하게 지나치리라.
다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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