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함께한 커플과 보홀 여행을 시작했다.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함께였지만, 사실 내겐 그저 또 하나의 멋진 여행이었다.
출발은 김해공항.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언제나 설레고도 아련하다.
비행기는 여전히 무섭고, 이륙할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런 생각은 오히려 내 삶을 더 감정적으로 만든다.
죽음을 떠올릴 때 삶이 더욱 선명해진다더니, 진짜 그렇다.
**보홀(Bohol)**은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 속한 섬이다.
세부(Cebu) 섬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다이빙과 스노클링, 고요한 자연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다.
보홀은 특히 세계적인 자연 유산인 초콜릿 힐(Chocolate Hills), 원시림, 타르시어 원숭이로 유명하다.
그러나 관광지보다 더 좋은 건, 섬의 리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시간마저 따뜻해지는 느낌.
보홀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비몽사몽 한 상태로 비행기에서 내려 미리 예약해 둔 픽업 차량을 찾았다.
우리가 향한 곳은 알로나 비치(Alona Beach) 근처의 작은 숙소.
알로나 비치는 보홀의 팡라오(Panglao) 섬에 있는 대표 해변이다.
흰모래, 야자수, 그리고 밤늦게까지 열려 있는 가게들.
비교적 조용하지만, 기본적인 여행 인프라는 다 갖춘 곳이다.
이곳에선 바다보다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아름답다.
리조트 1박 요금이 아까워, 첫날은 해변 근처의 저렴한 숙소에서 묵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벽인데도 거리는 활기찼다.
알로나 해변 근처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분위기는 생각보다 밝고 안전했다.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고, 바로 옆 24시간 맥도널드에서 간단한 안주까지 챙겼다.
그렇게 우리의 알콜홀릭 여행은 도착하자마자 시작됐다.
피곤했지만, 잔을 들고 해변 쪽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는 언제나 옳다.
맥주의 기운이었을까.
새벽까지 이어졌던 피곤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짧은 잠에도 깊이 잠들었던 것 같다.
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깨어난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아무 말 없이 바다로 달려갔다.
해변에는 이른 아침의 고요가 흐르고 있었다.
밤의 불빛은 모두 사라지고, 햇살은 아직 낮게 깔려 있었다.
모래는 밤새 식어 있었고, 맨발로 밟는 그 감촉이 신기할 만큼 부드러웠다.
그리고 그냥 해변에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무 것도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눈앞의 수평선, 잔잔한 파도, 그리고 아직 덜 깬 하늘.
이국의 바다는 늘 그렇다.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하다.
📌 보홀 여행 기본 정보
- 공항: 보홀-팡라오 국제공항 (Bohol-Panglao International Airport)
- 해변: 알로나 비치는 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 새벽 도착 시 숙소 선택은 유연하게, 알로나 비치 근처 게스트하우스 or 저가 숙소 추천
- 알로나 비치 로드에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맥도널드 등 24시간 운영 매장 있음
**보홀 팡라오 국제공항(Bohol-Panglao International Airport)**은 '팡라오 섬'에 위치한 현대적인 공항으로, 이전의 '타그빌라란 공항'을 대체하여 증가하는 여행객들을 수용하고 있음. 이 공항은 세부, 마닐라, 엘니도, 클락, 카티클란, 다바오 등 필리핀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국내선과 인천을 오가는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음.
알로나 비치에서 공항까지는 차량으로 약 10분 정도 소요됨.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는 Southern Star Bus Transit의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약 36분이 걸리며, 자동차를 이용하면 약 16분 정도 소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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