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on 2024 11

시키호르 섬, 오토바이로 달리는 마법 같은 하루

시키호르(Siquijor)는 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오랜 시간 ‘마녀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내가 경험한 시키호르는 마법이라기보다 ‘치유’와 ‘고요’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렸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섬을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오토바이를 타고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다.처음 핸들을 잡고 섬을 달릴 때의 설렘은 지금도 또렷하다.예상보다 도로 상태는 좋았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언덕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의 수평선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키호르의 중심부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인피니티 풀이 있는 고급 리조트들이 몇 군데 등장하는데,언덕 위에서 수평선과 수영장이 맞닿는 풍경은 그 자체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하루 종일 그곳에서 수영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참 좋았을 텐데..

The Path on 2024 2025.04.08

보홀에서 시키호르로 가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조식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시키호르로 향하는 10시 페리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8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9시쯤 타그빌라란 항구에 도착했다. 리조트에서 택시를 불러주니 편했다.헤난 리조트에서는 디포짓을 현금이나 카드로 받는다. 나는 국제 체크카드를 썼는데, 환불받는 데 한 달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다음엔 현금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참고로 내 체크카드에서는 돈이 아예 빠져나가지 않아서 나중에 살짝 당황했었다. 또, 환전할 때는 100달러가 아니면 환율이 나쁘고, 조금이라도 구겨지면 아예 안 바꿔주려고 하니, 그런 지폐들은 디포짓 용도로 써두면 괜찮을 것 같다. 12GO라는 사이트에서 보홀 탁빌라란 → 시키호르 구간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보통은 오후에 ..

The Path on 2024 2025.04.07

보홀 - 파밀라칸 섬에서 거북이들과 함께 유영하다

필리핀의 바다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은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다. 보홀에서는 흔히 돌고래 관찰 후 발리카삭 섬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버진 아일랜드에서 사진을 찍는 코스가 유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 코스는 관광객이 많아 혼잡함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여행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파밀라칸 섬으로의 호핑 투어를 선택했다.파밀라칸 섬: 숨겨진 보석파밀라칸 섬은 보홀 인근의 작은 섬으로, 아직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이 섬은 맑은 바다와 풍부한 해양 생태계로 유명하며, 특히 돌고래 관찰과 스노클링 명소로 손꼽힌다. 섬 주변의 바다는 비교적 파도가 잔잔하고 투명도가 높아 다양한 해양 생물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여정..

The Path on 2024 2025.04.03

물의 선율 위를 걷는 보홀에서의 첫날

아침 아홉 시, 아직 햇살은 날카롭지 않았고, 우리는 천천히 헤난 타왈라 리조트로 향했다.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작은 긴장과 설렘 속에서, 체크인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리조트에 짐을 맡긴다.정식 입실은 아직 멀었지만, 그마저도 기다림이 아니라 여유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헤난 타왈라 리조트 정보헤난 타왈라 리조트는 필리핀 보홀 팡라오 섬의 타왈라 지역에 위치한 5성급 리조트로, 2020년에 오픈하여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시설을 제공한다.리조트는 총 21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럭스 룸, 디럭스 풀 액세스 룸, 프리미어 룸, 프리미어 풀 액세스 룸 등 다양한 유형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부대시설로는 리조트를 둘러싸는 여러 개의 수영장, 시그니처 풀 액세스 객실, 레스토랑, 풀사이드 바 등이 ..

The Path on 2024 2025.04.02

맥주, 알콜홀릭 여행의 시작 — 보홀 알로나 비치 도착

신혼여행을 함께한 커플과 보홀 여행을 시작했다.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함께였지만, 사실 내겐 그저 또 하나의 멋진 여행이었다.출발은 김해공항.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언제나 설레고도 아련하다.비행기는 여전히 무섭고, 이륙할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스쳐간다.그런 생각은 오히려 내 삶을 더 감정적으로 만든다.죽음을 떠올릴 때 삶이 더욱 선명해진다더니, 진짜 그렇다.  **보홀(Bohol)**은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 속한 섬이다.세부(Cebu) 섬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다이빙과 스노클링, 고요한 자연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다.보홀은 특히 세계적인 자연 유산인 초콜릿 힐(Chocolate Hills), 원시림, 타르시어 원숭이로 유명하다..

The Path on 2024 2025.04.01

세부에서 팔라완으로, 새로운 여정의 시작

깊은 숙면 후, 새로운 하루의 시작아침 6시에 눈을 떴다. 거의 11시간을 깊이 잠들었다. 역시 비행기를 타고 난 후, 나는 다른 사람보다 피로를 더 심하게 느끼는 듯하다.EGI 리조트의 조식은 간단한 주문형 식사다. 여러 메뉴 중에서도 오믈렛이 가장 입맛에 맞았다. 아침 식사 후, 프론트 데스크에 오션뷰 룸으로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했더니, 12시 이후에 다시 확인해달라고 했다. 막탄에서는 '샹'에 위치한 Xchange 사설 환전소가 환율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어제 마리나몰에서 환전한 것보다 더 좋은 환율을 제공했다. 그러나 밤새 내린 폭우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고, 운동화를 신은 나는 '샹'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지나가는 지프니를 붙잡고 기본 요금을 내고 탑승했다. 목..

The Path on 2024 2025.03.19

여행의 시작, 부산에서 세부까지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김해공항까지4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5시에 출발하는 서부 부산행 시외버스를 탔다. 토요일이라 출퇴근 시간 걱정은 없었고, 공항에는 2시간 전까지만 도착하면 되니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진주 시내를 빠져나오는 데 30분, 고속도로 주행 40분, 그리고 고속도로 출구의 교통 체증을 지나 사상역에 도착하는 데 30분이 걸려 총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버스 안에서는 잠들 듯 잠들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잡념에 시달리다가, 결국 현재에 집중하며 여행을 즐기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듯하다. 복잡한 서부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긴장이 되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혹시 공황장애일까 하는 생각이 들..

The Path on 2024 2025.03.18

창원의 숨겨진 보물, 적석산을 오르다

창원에는 많은 명산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적석산(赤石山)은 비교적 덜 알려진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붉은 바위들이 인상적인 이 산은 웅장한 자연경관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며,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등산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 글에서는 적석산의 매력과 등산 코스, 그리고 방문 시 유용한 정보를 소개하겠다. 적석산, 왜 특별할까?적석산의 이름은 ‘붉은 바위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산 곳곳에 붉은빛을 띠는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해발 600m가 넘지 않는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창원 시내와 진해만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거제도까지 보인다.특히 가을과 봄에 오르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The Path on 2024 2025.03.16

전남 강진, 역사의 숨결이 깃든 아름다운 시골 마을

시골 풍경이 좋으니 한번 다녀오자는 꼬임에 넘어가 열심히 운전을 했다. 처음으로 남해고속도로가 막히는 걸 경험하며 도착한 강진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시골이 아닌,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강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강진, 네덜란드와 만나는 곳 – 하멜 표류지강진을 방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하멜 기념관이다. 이곳은 17세기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과 그의 동료들이 조선에 표류한 후 머물렀던 곳으로, 강진은 그들의 유배 생활과 관련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강진군에서는 이를 활용해 ‘하멜 표류지’를 관광 명소로 개발했으며, 기념관에는 당시의 역사적 자료들과 전시물들이 마련되어 있다. 네덜란드와 조선이 이토록 오래전부터 연결된 곳이..

The Path on 2024 2025.03.15

사천 다솔사: 천년 고찰

사천 다솔사: 천년 고찰에서 찾은 고요함사천 다솔사는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찰로, 신라 시대에 창건되어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고찰이다.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어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명상과 힐링을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다솔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된 절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이번 글에서는 다솔사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방문했을 때 느낀 감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다솔사의 역사와 유래다솔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여러 차례 중창을 거듭해 온 유서 깊은 절이다. 이곳은 특히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다솔사에서 머물며 글을 쓰고 ..

The Path on 2024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