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순간의 이야기들(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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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지루함,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힘
불안과 지루함,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힘 사람의 삶은 대부분 불안과 지루함으로 이루어져 있다.풀리지 않는 문제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몰려올 때,불안은 삶의 주를 차지한다.반대로 모든 일이 쉽게 풀리거나 지나치게 안정되면, 그 자리는 지루함이 차지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지루함은 모든 악마의 어머니이다.” 불안은 자신을 좀먹는다.불안하기에 몸도 마음도 돌볼 여유가 사라지고,좁아진 시야로 맹목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 지루함은 다르지 않다.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를 채우기 위해때로 도덕적이지 못한 것에 손을 뻗는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이렇게 표현했다.“불안은 세계 안에 있는 존재 전체를 낯설게 만든다. 불안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던져진 세계를 직면한다.” 젊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
2025.07.25 -
정리는 왜 늘 마음처럼 되지 않을까
10년 넘게 사용해 온 나의 블로그는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바쁘던 해에는 아예 들어가 보지도 않았고,몸과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그제야 미뤄뒀던 글을 한꺼번에 몰아서 작성하곤 했다.올해엔 예상치 못한 큰 시간의 공백이 생겼고,‘블로그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해대대적인 블로그 정리에 돌입했었다.그러다 보니,불필요한 글들을 지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그 글을 쓰는 데 들인 시간이 아까워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살면서 이런 장면,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가?정리는 결국 ‘버림’에서 시작된다.집안 물건만 해도 그렇다.치워야 할걸 알면서도“비쌌으니까” “언젠가 쓰게 될지도 몰라”이런 생각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점점 쌓여간다.지금을 살기 위해선과거의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주역에서도..
2025.07.22 -
남해 모상개 해수욕장
사천과 삼천포에서 남해로 들어서면가장 먼저 마주치는 바닷가, 바로 모상개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이곳은 쉽게 닿을 수 있는 해변은 아니다.해수욕장 200~300m를 남겨두고는 왕복 1차선 도로를 따라가야 하니,운전 초보에게는 긴장되는 구간이다. 겨우 도착해도해수욕장 우측 끝에 5~6대 정도만 겨우 댈 수 있는 작은 공터가 전부다.주차도 편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이곳에만 오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해수욕장 옆으로 펼쳐진 골프장 때문일까,아름다운 경치로 소문난 골프장 위치 때문일까,그 풍경 덕분인지 이 해변은 풍광 하나만큼은 최고다. 바닷물도 맑다.단, 샤워 시설이 없으니, 큰 생수병에 물을 담아 미리 준비해 간다면맑은 바다에서 한껏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여름 한철에도 사람이 ..
2025.07.21 -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멀리 왔다 (5편)
5편. 겁먹은 자의 도망과 수행승 오해 -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멀리 왔다” 함께 짠덜딸 호수에 다녀온 네덜란드 친구가함께 여행하자는 제안을 해주었다.목적지는 인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지날 수 있는 장소로,버스가 있으면 타고, 없으면 걸어서, 몇 백 킬로미터의 히말라야를 따라가자고 한다.나는 망설였다.아니,정확히 말하면, 겁을 먹었다. “반군, 허가증, 그리고 머릿속의 망상”그 목적지는 반군이 출몰하는 곳이었다.그래서 인도 정부의 허가증까지 받아야 했다.친구는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고, 나도 서류까지 준비완료했다.그런데…‘정말 이 친구를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만약 반군이 나타난다면, 난 도망칠 수 있을까?’그 질문 앞에서,나는 겁먹었다.결국, 혼자 길을 돌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머리..
2025.05.23 -
나조차, 나를 모른다 (4편)
4편. 절벽 아래로 떨어진 버스 그리고 나 - “나조차, 나를 모른다” 어디든 좋았다.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이면 더 좋았다.그렇게 나는 아무 목적지도 없이, 히말라야를 향한 첫 버스를 타려 했다.하지만 늦잠을 잤다.그날, 그 늦잠이 나를 살렸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버스”Losar라는 마을로 향하는 새벽 첫 버스를 놓치고,나는 다음 버스를 탔다.버스는 끝없는 꼬불꼬불 비포장 오르막을 달렸다.길은 좁았고, 옆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버스를 한없이 따라왔다.한참을 달리다 갑자기 멈춰 선 차량들.30분 동안 멈춰있기에 운전사에게 물었다. “앞서 출발했던 버스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그게,내가 놓친 첫 번째 버스였다. “두려움보다 더 큰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깨달음”그 순간, 묘한 정적이 흘렀다.무..
2025.05.22 -
도망치지 않고 부딪혔더니, 인도였다 (3편)
3편. Oh, my India - “도망치지 않고 부딪혔더니, 인도였다”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눈앞에 펼쳐진 건 혼돈, 낯섦, 그리고… 소똥.도망치려던 내가 처음으로 멈춘 땅.쉽게 도망칠 수도 없는 나라, 인도였다. “공항 바닥에 소똥이 있었다”밤늦게 도착한 뉴델리 공항.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공항 한편엔 소똥이 널려 있었다.국제공항인데....거리를 나서자 차도 옆으로 코끼리가 지나가고,도로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나는 처음으로, 진짜 낯선 나라에 도착했다는 걸 실감했다. “오래 버티기 위해, 불편을 선택했다”첫날 숙소는 에어컨 없는 방.덥고 피곤했지만, 돈을 아끼려면 그게 최선이었다.더위에 잠은 잘 수 없었다.몸은 지쳤고, 땀은 말라붙었다.그런데 이상하게, 그 불편함이 여행 같았다. “그..
202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