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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응원하는 여름 어느날

여름의 열기는 단순한 기온이 아니다.그것은 삶을 밀어붙이고, 숨을 가쁘게 만든다.더위에 몸이 무너질 때, 마음마저 그 열기에 휘둘리기 쉽다.나는 그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나는 지금 더위에 지친 건가, 아니면 더위에 진 건가?” “큰 바람은 오래 불지 않고, 큰 비는 오래 내리지 않는다.”— 노자, 『도덕경』2년 전, 나는 월급이라는 안전망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다.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 대신,‘나만을 위한 삶’을 향한 막연한 시도를 선택했다.처음 반년은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다음 1년은 그 불안을 그저 안고 사는 법을 배웠다.그리고 지금, 불안은 들쑥날쑥 찾아온다.마치 여름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열기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은 인위가 없는 것이다.”— 장자, 『소요유』 더위에 지친 몸은 ..

남해 바다, 카약 그리고 문어낚시

남해 바다로 카약 문어낚시를 다녀왔다.친한 형님 덕분에 카약과 낚시 장비 일체를 빌려 바다로 향했다.처음 타보는 카약, 처음 해보는 문어낚시.모든 게 처음이라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낯설게 느껴졌다. 차에서 카약을 내리고 장비를 세팅한 뒤, 드디어 물에 들어갔다.하지만 파도에 밀려 카약째로 뒤집어졌다.비싼 낚싯대는 부러졌고, 추도 잔뜩 잃어버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두 번째 시도에선 겨우 바다로 나아갈 수 있었다.출렁이는 파도 속에서 ‘멀미약을 먹을 걸…’ 하고 후회했지만,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낚싯대에 전해지는 손맛 덕분에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파도는 서서히 잠잠해졌지만,내 속은 멀미로 여전히 요동쳤다.그럼에도 약 3시간 동안 낚싯대를 부지런히 움직인 끝에크진 않았지만 문..

The Path on 2023 2025.07.25

불안과 지루함,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힘

불안과 지루함, 그리고 현재를 즐기는 힘 사람의 삶은 대부분 불안과 지루함으로 이루어져 있다.풀리지 않는 문제나 앞날에 대한 걱정이 몰려올 때,불안은 삶의 주를 차지한다.반대로 모든 일이 쉽게 풀리거나 지나치게 안정되면, 그 자리는 지루함이 차지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지루함은 모든 악마의 어머니이다.” 불안은 자신을 좀먹는다.불안하기에 몸도 마음도 돌볼 여유가 사라지고,좁아진 시야로 맹목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 지루함은 다르지 않다.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를 채우기 위해때로 도덕적이지 못한 것에 손을 뻗는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이렇게 표현했다.“불안은 세계 안에 있는 존재 전체를 낯설게 만든다. 불안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던져진 세계를 직면한다.” 젊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

정리는 왜 늘 마음처럼 되지 않을까

10년 넘게 사용해 온 나의 블로그는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바쁘던 해에는 아예 들어가 보지도 않았고,몸과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그제야 미뤄뒀던 글을 한꺼번에 몰아서 작성하곤 했다.올해엔 예상치 못한 큰 시간의 공백이 생겼고,‘블로그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해대대적인 블로그 정리에 돌입했었다.그러다 보니,불필요한 글들을 지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그 글을 쓰는 데 들인 시간이 아까워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살면서 이런 장면,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가?정리는 결국 ‘버림’에서 시작된다.집안 물건만 해도 그렇다.치워야 할걸 알면서도“비쌌으니까” “언젠가 쓰게 될지도 몰라”이런 생각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점점 쌓여간다.지금을 살기 위해선과거의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주역에서도..

남해 모상개 해수욕장

사천과 삼천포에서 남해로 들어서면가장 먼저 마주치는 바닷가, 바로 모상개 해수욕장이다. 하지만 이곳은 쉽게 닿을 수 있는 해변은 아니다.해수욕장 200~300m를 남겨두고는 왕복 1차선 도로를 따라가야 하니,운전 초보에게는 긴장되는 구간이다. 겨우 도착해도해수욕장 우측 끝에 5~6대 정도만 겨우 댈 수 있는 작은 공터가 전부다.주차도 편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이곳에만 오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해수욕장 옆으로 펼쳐진 골프장 때문일까,아름다운 경치로 소문난 골프장 위치 때문일까,그 풍경 덕분인지 이 해변은 풍광 하나만큼은 최고다. 바닷물도 맑다.단, 샤워 시설이 없으니, 큰 생수병에 물을 담아 미리 준비해 간다면맑은 바다에서 한껏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여름 한철에도 사람이 ..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규범에 속한 나, 그 틀을 깨려는 여행자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규범에 속한 나, 그 틀을 깨려는 여행자 '여행'이라는 단어를 '삶'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생각하면, 사주는 나의 삶 속에서 어떤 길이 익숙하고, 어떤 길에서 더 빛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1. 여행, 틀 속에서 찾는 작은 균열이 사주의 삶은 늘 정해진 규칙과 타인의 기준 속에서 굴러간다.사주의 주인공은 작고 여리지만,무언가를 밝히고 싶은 내면의 의지를 지닌 존재.그러나 강한 재성과 관성의 흐름은내가 만든 규칙이 아닌 남이 만든 구조에 나를 맞추게 만든다.여행은 그런 일상 속에서,처음으로 “내가 만든 하루”를 살아볼 수 있는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자신 안에 숨겨진 식신은 말한다.“이 하루는 누구의 것이 아닌, 내 것이다.”2. ‘끌려가는 흐름을 벗어나는 시도’사회에서는 늘..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비견 + 식신, 식신 + 비견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비견 + 식신, 식신 + 비견 '여행'이라는 단어를 '삶'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생각하면, 사주는 나의 삶 속에서 어떤 길이 익숙하고, 어떤 길에서 더 빛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비견 + 식신 : 나와 내 사람을 위한 여행자– 함께하는 즐거움, 나를 드러내는 표현 – 1. 비견과 식신, 그 사이의 이야기이 구조는 비견이 주가 되고 식신이 그것을 보조하는 사주다.여기서 식신은 욕망과 감각의 표현이지만,그 방향은 비견, 즉 ‘나’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향한다.이 구조에서 비견은 식신에게 ‘편인’으로 작용한다.편인은 한쪽으로 몰두하는 에너지다.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내 사람들, 내 방식에 집중하게 만든다.그리고 그 집중은 내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으..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배우고 받아들이는 여행자

생각하고 소화하는, 배움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행자 1. 여행, 생각이 머무는 공간이 사주는 타고난 사고력과 해석의 힘,그리고 그것을 내면에 정리하고 쌓아두는 능력이 탁월하다.이런 이에게 여행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배움과 내면 정리의 시간이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여행 전에도 공부를 많이 하고, 여행 중에도 계속 생각을 머릿속에 쌓아간다.2. 이 사주의 여행은 ‘배움과 해석의 여정’이다정리가 되어야 마음이 편한 이 사주는 즉흥적인 여행은 어렵다.사전에 충분히 계획하고 준비한 뒤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의미를 찾아내는 데에 강하다. 여행지의 풍경, 사람, 역사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논리를 만들어가는 여행자다. 그에게 여행은 하나의 ‘질문’이다. “이번 ..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목적은 분명하되, 방향은 희미한 여행자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목적은 분명하되, 방향은 희미한 여행자 1. 방향이 없는 '목표지향적' 여행자이 사주는 결과와 목표에 끌려간다.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는 철저히 ‘목표 중심’.일이든 여행이든 시작 전에는 늘 “이걸 왜 하는가?”, “이걸 하면 뭐가 남을까?”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문제는 방향의 부재다.예를 들어, 햇빛이 없는 나무는 어디로 가지를 뻗어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된다.이 사주 또한 목적은 분명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동력으로 움직여야 할지는 불확실하다.결과 또는 목표만 남고, 길은 흐릿하다."이 결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2. 여행 성향이 여행자는 ‘성과 중심’ 여행자가 된다.어디를 가서 무엇을 해낼 것인가가 언제나 우선이다.단순한 쉼보다는 ‘성과’, ‘획득..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나를 중심에 둔, 목적 없는 여행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나를 중심에 둔, 목적 없는 여행 1. 목적이나 목표보다는 나와 내 주변 환경이 우선이 사주는 ‘나’와 ‘내 주변의 안정감’을 추구하는 토(土)의 기운이 강하다.그 위에 얹힌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금(金)의 기운.고집스럽고 확고한 자기 중심성 '土'는 표현과 창조의 에너지인 '金' 덕분에더 부드럽고 사회적으로 조화롭게 드러날 수 있다.결국, 이 사주는 사회적인 자리에서도“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기 방식으로 관철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2. 여행 성향이 사주의 여행은 철저히 자신을 위한 자기 주도형이다.어디로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머무르느냐,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과 감각으로 시간을 보내느냐이다.계획 없이 떠나도 괜찮다.오히려 목적 없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