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시작된 하루였지만, 아침 공기는 유독 맑고 생기가 넘쳤다.
바로 오늘, 진주남강마라톤이 열리는 날의 긴장감 때문이다.
달리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 살기 위해' 또 한 번 출발선에 선다.
오늘 아침 진주의 봄은 남강을 따라 흐르는 물빛처럼 부드럽고 청명하다.
이른 아침, 강가까지 걷다 보니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벚꽃이 봄바람에 흩날린다.
그 속에서 수백 명의 러너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와 속도로 오늘의 출발점에서 하루의 시작을 즐기고 있었다.
남강을 품은 마라톤 코스, 그리고 나를 마주하는 시간
진주남강마라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코스에 있다.
남강을 따라 펼쳐지는 이 코스는 대부분 평지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이날 유일하게 개방되는 진양호 댐에 올라가는 길은 언덕 길이다.
하지만 진주 남강의 벚꽃 나무들이 달리는 내내 함께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나는 이번 대회에서 10km 코스에 참가했다.
기록을 노리기보다는, 나만의 페이스를 지키며 꾸준히 달리는 것. 그것이 내가 이 대회에 참여한 이유다.
처음 몇 킬로미터는 약간의 숙취로 인하여 몸이 무겁고 리듬을 찾기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몸이 적응되기 시작했다.
특히 5km 반환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다리의 무게도 점점 가벼워지고, 숨소리도 안정되었다.
옆에서 함께 달리는 이들의 발소리가 마치 리듬처럼 들린다.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나 자신과 강제로 마주하고 있었다.
달리는 동안, 마음도 함께 달린다
달리는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이 길의 끝에는 분명 완주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다시 페이스를 잡는다.
누군가는 기록을 위해, 누군가는 목표를 위해 달렸지만, 나는 단지 ‘완주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남강 위 다리를 지날 때 보았던 풍경은 아직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강물 위로 퍼져 반짝이는 햇살, 부드럽게 흐르는 물결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순간은,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다.
마라톤의 끝,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
결승선을 통과한 뒤, 온몸에 땀이 흐르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감정이 밀려왔다.
잠시 바닥에 앉아 주최 측에서 준비해 준 간식을 먹었다.
초코파이 하나, 시원한 사이다 한 캔. 단순한 조합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느껴진다.
다만 무료로 나눠주는 따뜻한 국밥을 맛보고 싶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포기하였다.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을 보면 거부감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진주남강마라톤 기본 정보
- 개최 시기: 매년 봄,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 장소: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 일대
- 참가 부문: 5km / 10km / 하프 마라톤 / 풀코스
- 특징:
- 남강을 따라 이어지는 평탄하고 아름다운 코스
- 벚꽃이 개화하는 시기에 벚꽃을 따라 달리는 코스
- 가족 단위 참가자와 초보 러너에게도 적합한 코스
- 준비 팁:
- 모자,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 간단한 에너지바도 챙기면 좋아요
- 완주 후 근처 진주성이나 촉석루 산책도 강력 추천!
진주, 달리기 그 이상의 여운
마라톤을 통해 얻는 건 단순한 완주만이 아니다.
달리면서 강제로 만들어지는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함께 달리는 이들과의 함께하는 고통에 따른 연대감이 녹아 있다.
마라톤은 나에게 그런 하루다.
내가 내 삶의 속도를 확인하고,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에너지를 확인하는 하루.
아마도 이 기억은 훗날, 길 위에 설 때 문득 떠오를 것 같다.
마라톤 당시의 햇살, 바람, 그리고 달리던 내 자신의 고통스러운 뒷모습처럼.
나에겐 '러너스 하이'는 항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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