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기록처럼

나를 단련하기 위해, 나는 더 낯선 곳으로 갔다 (2편)

편인文山 2025. 5. 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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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도망치듯, 그러나 계속 걷는다 - “나를 단련하기 위해, 나는 더 낯선 곳으로 갔다”

보라카이에서 혼자가 되었다.
온통 커플뿐인 해변에서 나는 마치 혼자 남겨진 쌀자루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도피성 여행이 시작되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낭만보다 현실”

보라카이에서 일로일로로, 다시 마닐라로, 또 세부로.
목적이 없었던 여행은, 목적 없는 하루들로 변해갔다.
나는 내 삶의 리듬을 찾기보단, 그저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로일로에서는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노트북을 열고, 보고서를 쓰듯,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진들을 나는 왜 찍었을까?"
그렇게, 나는 내 여행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세부에서의 잠깐의 안식”

 

지쳐가던 무렵, 나는 세부로 향했다.
큰 어학원에 등록해 두어 달간 영어 공부를 했다.

재미있었다. 아니, 살기 위해 선택한 공부라는 점에서,
내가 스스로 고른 첫 공부였다.

영어로 놀았다.

그리고 놀면서도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주말마다 세부의 섬들을 돌아다녔고, 어느새 까맣게 탄 피부가 내 것이 되었다.

 

“여전히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두 달 후, 나는 다시 배낭을 멨다.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고 싶었다.
마닐라를 지나 북쪽으로. 바기오, 바나웨…

루손 북부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날카로웠고, 나는 무기력했다.
중부 비사야에서 느낀 따뜻함은 이곳에 없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외로움도 더해져 점점 지쳐갔다.”
그래서 또, 도망치듯 필리핀에서 벗어났다.

 

“다음 목적지는, 인도”

내 안에서 뭔가 속삭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너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어렵고, 불친절하고, 낯선 곳을 골랐다.
주변 누구나 말렸던 그곳.
그렇게 나는 인도로 향했다.

그저 나 자신이, 나 자신에게 가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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