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절벽 아래로 떨어진 버스 그리고 나 - “나조차, 나를 모른다”
어디든 좋았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이면 더 좋았다.
그렇게 나는 아무 목적지도 없이, 히말라야를 향한 첫 버스를 타려 했다.
하지만 늦잠을 잤다.
그날, 그 늦잠이 나를 살렸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버스”
Losar라는 마을로 향하는 새벽 첫 버스를 놓치고,
나는 다음 버스를 탔다.
버스는 끝없는 꼬불꼬불 비포장 오르막을 달렸다.
길은 좁았고, 옆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버스를 한없이 따라왔다.
한참을 달리다 갑자기 멈춰 선 차량들.
30분 동안 멈춰있기에 운전사에게 물었다.
“앞서 출발했던 버스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게,
내가 놓친 첫 번째 버스였다.
“두려움보다 더 큰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깨달음”
그 순간, 묘한 정적이 흘렀다.
무섭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첫 버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지금 이 풍경을 보고 있을 수 있었을까?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인생은 충분히 의미 있어진다."
“풍경이 나를 붙잡았다”
Losar로 가는 길.
망막 위에 박힌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오르는 고도, 말라가는 산소,
하지만 그 위에서 나는 살아있다는 감각에 휘청거렸다.
첫 느껴보는 고산병이었다.
“중간에 그냥, 내려버렸다”
목적지 도착 전 식사시간에 버스가 멈춘 한 휴게소.
풍경이 너무 좋아서,
버스에서 그냥 내려버렸다.
짐을 끌고 내리는 나를 보고,
외국인 여행객 둘이 따라 내렸다.
그리고 다음날 함께 '짠덜딸 호수(Chandrataal)'로 향했다.
히말라야 능선을 따라 걷고 또 걷고,
결국 시간에 쫓겨 호수는 멀리서만 바라보고 돌아서야 했지만,
절대 잊히지 않는 풍경 속을 걸을 수 있었다.
“노숙할 용기까지는 없었던 시절”
히말라야 능선에서 자보고 싶었다. 하지만,
장비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아무 계획 없이도 중간에 내릴 수 있는 자유로움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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