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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멀리 왔다 (5편)

5편. 겁먹은 자의 도망과 수행승 오해 -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멀리 왔다” 함께 짠덜딸 호수에 다녀온 네덜란드 친구가함께 여행하자는 제안을 해주었다.목적지는 인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지날 수 있는 장소로,버스가 있으면 타고, 없으면 걸어서, 몇 백 킬로미터의 히말라야를 따라가자고 한다.나는 망설였다.아니,정확히 말하면, 겁을 먹었다. “반군, 허가증, 그리고 머릿속의 망상”그 목적지는 반군이 출몰하는 곳이었다.그래서 인도 정부의 허가증까지 받아야 했다.친구는 준비가 다 되었다고 했고, 나도 서류까지 준비완료했다.그런데…‘정말 이 친구를 끝까지 믿을 수 있을까?’‘만약 반군이 나타난다면, 난 도망칠 수 있을까?’그 질문 앞에서,나는 겁먹었다.결국, 혼자 길을 돌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머리..

나조차, 나를 모른다 (4편)

4편. 절벽 아래로 떨어진 버스 그리고 나 - “나조차, 나를 모른다” 어디든 좋았다.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이면 더 좋았다.그렇게 나는 아무 목적지도 없이, 히말라야를 향한 첫 버스를 타려 했다.하지만 늦잠을 잤다.그날, 그 늦잠이 나를 살렸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버스”Losar라는 마을로 향하는 새벽 첫 버스를 놓치고,나는 다음 버스를 탔다.버스는 끝없는 꼬불꼬불 비포장 오르막을 달렸다.길은 좁았고, 옆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버스를 한없이 따라왔다.한참을 달리다 갑자기 멈춰 선 차량들.30분 동안 멈춰있기에 운전사에게 물었다. “앞서 출발했던 버스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그게,내가 놓친 첫 번째 버스였다. “두려움보다 더 큰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깨달음”그 순간, 묘한 정적이 흘렀다.무..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자기답게 걷는 길, 그 끝에서 만나는 나

* 자기 스타일로, 그러나 쉽지 않다이 사주는 겉으로 보기엔 자기 스타일이 분명해 보인다.일지와 월지에 깔린 비견,자기중심의 에너지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그러나 월간의 을목 편관,그리고 사주 전반을 둘러싼 **재관인(財官印)**의 기운은 말한다."세상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라고.비견은 나답게 살고 싶다.그러나 편관은 사회의 기준을 강하게 들이밀고,재성이 주변을 감싸며 "너,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하고 속삭인다.그래서 이 사주는 늘 긴장 상태다.'내가 하고 싶은 여행'과 '해야만 할 여행' 사이의 균형을 고민한다. * 극이 많은 사주로 긴장이 기본값이 사주는 대부분 극(剋)으로 이루어져 있다.극은 조절이며 통제, 압박이며 성장이다.늘 자신을 밀어붙이고,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형식 없는 여정을 걷는 여행자

틀 밖에서 흐르는 사람: 겁재와 식상이 만든 여행자이 사람의 사주는 겁재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같은 기운의 외부 확장’인 겁재는 사람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결이 달라도’, ‘코드가 달라도’어울리고, 연결되고, 적응해 버린다.하지만 그 중심엔 또 하나의 힘이 있다.바로 水의 식상.표현의 기운, 감각과 창조의 기운.이 식상은 단순히 감정적인 여행이 아니라자기만의 ‘느낌’을 따라가는, 즉흥성과 감각 중심의 여정을 만든다.이 두 힘이 맞물릴 때,이 여행자는 자유롭고, 다채롭고, 형식이 없는 세계를 걷게 된다. 목표 없는 여행, 그러나 흐름이 있다이 사람의 사주엔 木인 재성이 없다.즉, ‘목표’가 없다.계획이란 없고, 방향이란 흐름 속에 숨는다.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그냥 좋아서...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느낌이 이끄는 길 위의 여행자

느낌으로 살아내는 사람: 식신과 감각이 만든 여행자이 사람의 사주는 식신이 강하다.식신은 ‘나의 기운을 부드럽게 밖으로 흘려보내는 힘’이다.말보단 감각, 목적보단 표현.이 사람은 삶을 느낌으로 기억하고,세상을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다.무언가를 ‘체험’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것도 공허하게 느껴진다.관광이 아닌 체험, 소비가 아닌 창조.이 여행자는 ‘먹고 마시고 기록하고 창작하며’자신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방향 없는 여행, 그러나 감각은 또렷하다이 사람의 사주엔 火가 없다.즉, 의욕이나 추진력이 부족할 수 있다.목표는 희미하고, 뚜렷한 목적지를 세우는 일은 어렵다.그래서 이 여행자는 출발할 때도 망설인다.“어디 가야 하지?”“왜 가는 거지?”하지만 이 망설임 속에도 분명한 흐름이 있다.햇살이 좋..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어디로 갔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자유로웠는가

나무처럼 자유롭게, 불꽃처럼 창조적으로이 사주의 주인공은 겁재(劫財)라는 거대한 숲을 품고 있다.단단하고 뿌리 깊은 나무들이 어깨를 맞댄 듯,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그러나 그 나무들은 한 방향으로 쏟아진다.바로, 상관(傷官)이라는 태양같은 빛을 향해.세상의 규칙에 순응하기보다,자신만의 리듬으로 세상을 다시 그려내려는 힘.상관은 그렇게, 겁재가 키워낸 자유를 타고새로운 세상,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자유를 만들어내는 여행이 사주의 주인공에게 패키지 여행은 없다.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찍는 사진도,누군가가 짜놓은 일정을 따라가는 여행도 존재하지 않는다.여행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길 위의 그래피티를 찍고, 문득 떠오른 감정을 노트에 적고,골목의 빛을 쫓아 한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새긴다...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자유를 계획하는, 자유롭지 못한 여행자

계산된 여정, 결과에 휘둘리는 여행자이 사주의 주인공은 정재(正財)라는 분명한 중심을 품고 있다.단단하고 명확하며, 신뢰를 중요시한다.모든 것은 예상 가능한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시간, 돈, 감정까지도 정확히 분배하고 정리해야 안심이 된다.여행조차 삶의 연장선,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설계된다.하지만 문제는, 계획이 곧 목적이 되고,결과가 곧 감정이 되는 순간이다.정재의 여행은 ‘살아내는 과정’이 아니라‘검증받는 성과’로 변질되기 쉽다. 여행보다 중요한 것은 '틀'이 사주의 인물은 떠나는 순간에도 여행의 성과를 떠올린다.‘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 ‘예산은 넘지 않았는지’, ‘사진은 잘 나왔는지’그 모든 판단은 결과에 의해 정의된다.문제는 계획이 틀어졌을 때다.숙소 체크인이 지연되거나, 맛집이 문을 닫..

사주로 읽는 여행 스타일 - 의무라는 틀 속의 여행자

고인 물처럼, 나보다 타인을 중심으로 흐르는 여행 이 사주는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구조를 가진다.즉, 에너지의 흐름이 자유롭지 않고,자신의 욕망이나 감정보다는 주변 타인의 상황과 감정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여행을 떠나더라도 주체적인 선택보다는,늘 누군가를 따라가거나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 앞선다.타인의 필요에 맞추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자신은 늘 그 틀 안에 존재하게 되는 흐름이다.흙(土)의 힘, '의무'라는 이름의 여정이 사주에서는 물을 막아버리는 땅(土)이 가장 강한 세력을 형성한다.이는 곧, 여행에서도 '의무감'이라는 강한 틀을 만들어낸다.“가족과 함께하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부모님이 원하시니까 가는 거야.”“회사에서 허락한 시간이니까, 시간에 맞춰야지.”이처럼 정관의 성향은 여..

도망치지 않고 부딪혔더니, 인도였다 (3편)

3편. Oh, my India - “도망치지 않고 부딪혔더니, 인도였다”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눈앞에 펼쳐진 건 혼돈, 낯섦, 그리고… 소똥.도망치려던 내가 처음으로 멈춘 땅.쉽게 도망칠 수도 없는 나라, 인도였다. “공항 바닥에 소똥이 있었다”밤늦게 도착한 뉴델리 공항.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공항 한편엔 소똥이 널려 있었다.국제공항인데....거리를 나서자 차도 옆으로 코끼리가 지나가고,도로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나는 처음으로, 진짜 낯선 나라에 도착했다는 걸 실감했다. “오래 버티기 위해, 불편을 선택했다”첫날 숙소는 에어컨 없는 방.덥고 피곤했지만, 돈을 아끼려면 그게 최선이었다.더위에 잠은 잘 수 없었다.몸은 지쳤고, 땀은 말라붙었다.그런데 이상하게, 그 불편함이 여행 같았다. “그..

나를 단련하기 위해, 나는 더 낯선 곳으로 갔다 (2편)

2편. 도망치듯, 그러나 계속 걷는다 - “나를 단련하기 위해, 나는 더 낯선 곳으로 갔다”보라카이에서 혼자가 되었다.온통 커플뿐인 해변에서 나는 마치 혼자 남겨진 쌀자루 같았다.그렇게, 나는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도피성 여행이 시작되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낭만보다 현실”보라카이에서 일로일로로, 다시 마닐라로, 또 세부로.목적이 없었던 여행은, 목적 없는 하루들로 변해갔다.나는 내 삶의 리듬을 찾기보단, 그저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심지어 일로일로에서는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사진을 찍고, 노트북을 열고, 보고서를 쓰듯,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진들을 나는 왜 찍었을까?"그렇게, 나는 내 여행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세부에서의 잠깐의 안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