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순간의 이야기들(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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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단련하기 위해, 나는 더 낯선 곳으로 갔다 (2편)
2편. 도망치듯, 그러나 계속 걷는다 - “나를 단련하기 위해, 나는 더 낯선 곳으로 갔다”보라카이에서 혼자가 되었다.온통 커플뿐인 해변에서 나는 마치 혼자 남겨진 쌀자루 같았다.그렇게, 나는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도피성 여행이 시작되었다. “혼자만의 여행은 낭만보다 현실”보라카이에서 일로일로로, 다시 마닐라로, 또 세부로.목적이 없었던 여행은, 목적 없는 하루들로 변해갔다.나는 내 삶의 리듬을 찾기보단, 그저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심지어 일로일로에서는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사진을 찍고, 노트북을 열고, 보고서를 쓰듯,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진들을 나는 왜 찍었을까?"그렇게, 나는 내 여행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세부에서의 잠깐의 안식” ..
2025.05.20 -
내가 나를 꺼내러 간 여행, 그 시작의 조각 (1편)
1편. 여행을 시작하기 전과 그 이후 - “내가 나를 꺼내러 간 여행, 그 시작의 조각” 스무 살의 나는 한참을 무너져 있었다.무언가를 끌어안기보다는, 내려놓고 싶었던 시기였다.그래서 떠났다. 어디라도 좋았다.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 - 내 삶은 두 갈래로 나뉜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과 그 이후로 - “그냥 해보고 싶어서 했다”2005년의 인천공항.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미쳤다”는 말이었다.하지만 나는 그 말이 좋았다.정답이 없다는 말 같아서, 틀려도 된다는 말 같아서.항공권은 직항이 아닌 홍콩 경유였다.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았다.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낯선 풍경들이 마치 나를 바라보는 시선 같았다.어색하고, 두렵고, 그래서 더 설레는. “모든..
2025.05.19 -
엘니도 마지막 날, 잔치상 끝에 남겨진 허기
엘니도 마지막 날 - 잔치상 끝에 남겨진 허기'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있다.엘니도는 내게 그런 곳이었다.아름답기로 소문난 바다와 풍경, 수많은 여행자들이 들썩이는 열기 속에서 정작 내 여행자의 식탁은 텅 비어 있었다.마치 보기만 좋은 잔치상에 앉아 허기를 삼켜야 했던 기분. 유명 관광지답게 가격이 다소 높은 건 이해했다.하지만 타운 내 음식점 대부분은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이곳저곳 다니며 늘 시켜 먹던 익숙한 메뉴들을 선택한 내 탓도 있지만,엘니도에서 먹은 음식은 그 익숙함조차 무색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심지어 익히지 않은 고기가 서빙된 적도 있었다.말로만 BBQ인 그릴 포크는, 안쪽은 덜 익고 바깥은 타버린, 성의 없는 조리의 상징 같았다. 이곳 음식들은 대체로 서구식 입맛을 따라가려다..
2025.03.27 -
엘니도 – Island Hopping Tour A
오늘은 엘니도에서 아일랜드 호핑 투어 A 코스를 떠나는 날이다.투어를 예약할 때, 포트 바튼에서 구입한 ECO CARD는 엘니도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새로 구매해야 했다.약속된 시간인 8시 55분, 투어 예약 장소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투어비에 포함된 것인지, 아쿠아 슈즈를 무료로 대여한 후 보트까지 안내받았다.점심은 포함되어 있었지만, 카약 이용료는 별도였다.출발 – 아쉬운 동행보트에 올라 함께할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전부 백인 여행자들이었다.개인적으로 필리핀 여행객들과 동행하는 걸 선호하는데, 다소 아쉬웠다.총 10명의 투어 그룹 중 20대 초반의 호주인 4명이 있었는데,예상대로… 최악의 동행이었다.배에 타자마자 럼주 병을 꺼내더니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고,투어 내..
2025.03.26 -
포트 바튼에서 엘니도로 – 기다림과 우연이 만든 여정
아침 8시, 포트 바튼에서 출발하는 지프니를 타고 로하스로 이동하기로 했다.이후 로하스에서 체리 버스로 갈아타 엘니도로 향하는 여정. 그렇게 오늘 하루가 시작됐다.누군가 말했다."좋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30분 일찍 가라!"그래서 7시 20분에 체크아웃하고 천천히 걸어가니 7시 30분.주변에 있던 현지인 한 명이 말했다."아무 데나 앉으면 돼요."‘30분만 기다리면 출발하겠지.’ 그렇게 터무니없는 기대를 품고 앉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엘니도까지 가려면 1인당 550페소, 지금 내 밴 타고 갈래?"계산해 보며 고민하는 사이, 밴 기사가 5분도 안 지나 미안하다고 했다."미안, 자리 다 찼어요!"‘..............’지프니는 언제 출발하는가지프니에 앉아 기다리는데, ..
2025.03.25 -
또다시 떠난 바다 거북이 탐험 - 포트 바튼
어제 봤던 커다란 바다 거북이 인상 깊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오늘 할 일이 없어서였을까. 아일랜드 호핑을 나가는 팀이 있다면 무조건 합류하기로 했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호핑팀은 없었다. 그 대신 아침부터 보트맨이 나를 유혹했다. 가격을 많이 할인해 줄 테니 오늘도 자기와 함께 호핑을 나가자고 말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역으로 제안을 해보았다.그래서 이번엔 오직 바다 거북이만 볼 수 있도록 독일 섬(German Island)만 방문하고, 점심 없이 정오에 돌아오는 조건으로 프라이빗 보트를 이용하기로 하였다.독일 섬으로 출발아침 8시 30분, 준비를 마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사실 아침 7시부터 보트맨과 만나 오늘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끝냈다. 날씨는 맑고 햇빛이 강렬했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물살이 조..
2025.03.24